지난 2월 1일 텐센트(Tencent)가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원바오(Yuanbao)’의 신규 소셜 기능 ‘원바오파이(Yuanbao Pai)’ 공개 베타를 시작하며 AI 소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텐센트는 2월 1일 원바오파이 공개 베타를 개시하고, 10억 위안(한화 약 1,900억 원) 규모의 현금 ‘훙바오(红包)’ 캠페인도 함께 가동했다. 위챗(WeChat) 출시 15년 만에 텐센트가 다시 ‘소셜 속성’ 신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원바오파이는 ‘AI+소셜’을 핵심 포지셔닝으로 설정했다.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 QQ뮤직(QQ Music) 등 핵심 서비스와 연동해 다수 사용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AI 전략이 단순 ‘효율 도구’에서 ‘소셜 참여자’로 이동하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응용 경쟁이 과열된 가운데 텐센트가 현금 동원력과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AI 진입점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중국 인터넷 업계가 소비자 대상(To-C) AI를 본격적으로 일상에 이식하는 전략적 변곡점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상품 실사용 테스트…소셜·업무·가족·엔터테인먼트 아우르는 ‘AI 그룹챗’
원바오파이의 기본 형태는 ‘AI 어시스턴트가 포함된 그룹 채팅’이다. 사용자는 @원바오 멘션이나 메시지 인용으로 상호작용을 호출할 수 있으며, 하나의 ‘파이(Pai)’에는 최대 100명까지 참여 가능하다. 내부 테스트 버전에 비해 공개 베타에서는 기능 범위가 크게 확대돼 소셜, 업무, 가족,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시나리오를 포괄하며 실용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소셜 시나리오에서 원바오 AI는 ‘높은 EQ를 보유한 분위기 조율자’ 역할을 한다. 밈(meme)을 정교하게 포착해 대화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 파이’와 같은 관심사 그룹에서 사용자가 “키가 작아 셔틀콕이 닿지 않는다”, “백코트에서 수비가 뚫린다”는 식으로 고민을 올리면 AI가 즉시 전문 조언을 제시한다. 원클릭으로 재미형 스티커팩을 생성하고, 사용자가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AI가 이를 기반으로 2차 창작을 수행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텐센트는 이 같은 ‘AI+관심사 기반 소셜’ 모델이 내향적 사용자에게 부담이 덜한 소통 환경을 제공하고,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용자 간 상호작용의 재미를 높인다고 설명한다.
업무 시나리오에서 원바오 AI는 ‘24시간 온라인 비서’로 설정돼 있다. 사용자는 언제든 @원바오를 통해 채팅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여행 가이드를 생성하거나 지역 상점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운동 체크인 알림, 자녀 독서 관리 등 일정 과업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사용자가 ‘시리(西丽)’ 인근 고품질 커피숍을 묻는 경우 AI는 ‘스페셜티 원두 선호층’, ‘분위기 인증샷 선호층’ 등으로 세분화해 매장을 추천하고, 풍미 특징과 매장 환경까지 함께 안내해 실사용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족 시나리오에서는 ‘가짜뉴스 반박 전문가+건강 관리 도우미’ 기능이 강조된다. 가족 구성원 중 웃어른이 “산성 식품이 암을 유발한다”와 같은 유사과학 콘텐츠를 공유하면 AI가 관련 원리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오해를 짚어내며, 과학적 항암 조언을 제공한다. 자녀는 부모를 대상으로 혈압 측정, 복약 알림을 예약해 둘 수 있어, 가짜정보를 반박하기 어렵고 건강 관리를 챙기기 번거롭던 문제를 완화하는 도구로 제시됐다.
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에서는 텐센트 미팅(Tencent Meeting)의 음성·영상 기술을 바탕으로 ‘같이 보기’와 ‘같이 듣기’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각각 텐센트 비디오의 멤버십 콘텐츠와 QQ뮤직의 대규모 음원 라이브러리에 연결된다. 사용자는 친구를 초대해 영화와 음악을 동기화해 감상하고, 실시간 감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몰입형 공동 경험을 형성한다. 관심사 커뮤니티 내 상호작용이 더욱 몰입적으로 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적으로 원바오파이는 텐센트가 자체 개발한 ‘혼위안(Hunyuan)’ 대형모델을 탑재했다. 생성 스타일은 ‘높은 EQ’와 ‘개인 맞춤’을 결합한 형태로 설명된다. 1대1 대화와 달리 그룹 채팅에서는 보다 간결하고 정제된 답변을 제시하며, “1만 단어 소설을 써 달라”는 등 복잡한 지시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거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그룹 채팅 시나리오에 특화된 응답 방식을 적용했다.
또한 원바오파이는 위챗과 QQ 생태계를 동시에 연결한다. 사용자가 ‘파이 번호’ 또는 초대 링크를 공유하면 지인이 원클릭으로 참여할 수 있어, 소셜 확산 경로가 부드럽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전략 배치…AI 시나리오 심화·인재 영입·생태계 시너지
‘그룹채팅’ 진입으로 AI 시나리오 심층 확장
더우바오(Doubao), 큐원(Qwen) 등 주요 AI 서비스가 ‘1대1 효율 도구’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텐센트는 다인 커뮤니케이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그룹 채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자 대화 환경은 AI의 컨텍스트 이해, 멀티턴 대화, 의도 인식 역량에 더 높은 기술적 요구를 부과한다. 텐센트는 소셜 서비스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보조 도구’에서 ‘소셜 참여자’로 격상시키려 한다는 평가다. 이는 “마화텅”(Ma Huateng) 회장이 강조해 온 ‘AI를 일상에 녹여 넣는다’는 상품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하며, 보다 자연스러운 인간-기계 상호작용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인재·자금 ‘쌍륜 구동’…전담 조직·훙바오로 드라이브
기술 기반 강화를 위해 텐센트는 최고 수준의 AI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오픈AI(OpenAI) 수석 연구원 출신 “야오순위”(Yao Shunyu)를 최고 AI 과학자로 영입했고, 2026년 2월에는 1995년 이후 출생의 칭화대 박사 “팡톈위”(Pang Tianyu)를 추가로 합류시켰다. 강화학습과 멀티모달 모델 강건성(robustness) 연구를 통해 복잡 시나리오에서 혼위안 모델이 겪는 신뢰성 문제를 직접 겨냥한다는 설명이다.
재무 측면에서는 10억 위안(약 1,9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투입해 훙바오 캠페인을 전개하고, 중국 춘절(설) 소셜 피크 시즌을 활용해 대규모 트래픽 유입을 노린다. 2월 1일 오후 기준 원바오는 애플(Apple) 중국 앱스토어(App Store) 무료 차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중심화’ 생태계 기획…내부 서비스 연계로 시너지
원바오파이는 위챗 그룹 채팅에 곧바로 내장되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 진입점 형태로 운영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용자 수요와 프라이버시·보안 간 균형을 고려한 텐센트의 ‘탈중심화’ 생태계 전략으로 해석한다. 동시에 이 서비스는 텐센트 비디오, QQ뮤직, 텐센트 미팅 등 내부 서비스를 연결해 자원 시너지 우위를 만든다.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기반으로 상업·서비스형 지능 에이전트를 구축한 알리바바의 큐원, 의인화된 동반자를 강조해 성장한 더우바오와 비교하면, 텐센트는 AI 레드오션에서 차별화된 소셜 트랙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산업 경쟁과 현실 과제…사용자 잔존·수요 강도 시험대
AI 소셜 트랙 경쟁 심화…‘앞에는 선도자, 옆에는 강적’
그룹 채팅 AI를 도입한 것은 텐센트만이 아니다. 바이두(Baidu)의 ‘원신(Wenxin)’도 다인·멀티 에이전트 그룹 채팅 기능을 선보였으나, 화면 공유나 동기화 음성·영상 기능 등은 아직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대상 AI(To-C) 경쟁은 이미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 알리바바 큐원은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활용한 상업·서비스형 지능 에이전트 전략으로, 바이트댄스(ByteDance)의 더우바오는 정서적 동반자를 내세운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내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플레이어들은 생태계 결속과 시나리오 혁신을 통해 사용자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텐센트는 “앞에는 선도자, 옆에는 강적”이 포진한 경쟁 구도를 마주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운로드는 쉽고 잔존은 어렵다’…사용자 잔존율이 관건
10억 위안 훙바오 캠페인은 단기간 대규모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업계 공통 난제인 ‘다운로드는 쉽고 잔존은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5년 위챗 훙바오의 성공은 모바일 결제 시장이 사실상 공백이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반면 현재 AI 어시스턴트 시장에서는 사용자 선택지가 다양하고 전환 비용도 낮다. 보조금만으로 장기적 사용 점착성을 만들기 어렵고, 과거 사례에서도 대규모 보조금으로 확보한 다운로드가 상품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이미 제시돼 왔다.
수요 강도·시나리오 깊이 한계…‘있으면 좋은’에서 ‘없으면 불편한’으로
현실 소셜 관계나 결제처럼 ‘경직 수요’가 형성된 영역과 달리, AI와의 대화에 대한 사용자 수요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원바오파이 이용자 상당수는 ‘호기심 기반 체험’ 단계에 머물러 있고, 진정한 고빈도 경직 수요 시나리오는 아직 충분히 발굴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품이 소셜·업무·가족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고 있음에도, 일부 기능의 실용성과 깊이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AI 참여가 ‘있으면 좋은’ 수준에서 ‘없으면 불편한’ 수준으로 이동할 수 있느냐가 향후 지속 성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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